(지난 한 주간 있었던 일들 중에서 특별히 감사할 내용이나 힘들었던 일이 있었으면 서로 이야기하며 격려와 위로를 나눕니다.)
33 빌라도는 다시 관저 안으로 들어가서 예수를 불러놓고 “네가 유다인의 왕인가?” 하고 물었다. 34 예수께서는 “그것은 네 말이냐? 아니면 나에 관해서 다른 사람이 들려준 말을 듣고 하는 말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35 빌라도는 “내가 유다인인 줄로 아느냐? 너를 내게 넘겨준 자들은 너희 동족과 대사제들인데 도대체 너는 무슨 일을 했느냐?” 하고 물었다. 36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 만일 내 왕국이 이 세상 것이라면 내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다인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했을 것이다. 내 왕국은 결코 이 세상 것이 아니다.” 37 “아무튼 네가 왕이냐?” 하고 빌라도가 묻자 예수께서는 “내가 왕이라고 네가 말했다. 나는 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났으며 그 때문에 세상에 왔다. 진리 편에 선 사람은 내 말을 귀담아듣는다.” 하고 대답하셨다.
이번 주일은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입니다.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일에 지내는 중요한 주일에 오늘 요한 복음은 ‘왕이신 그리스도’를 말씀으로 전하기엔 뭔가 좀 맞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스도를 왕으로 고백하는 전례적 성찬례에서, 예수님이 로마 권력인 빌라도 총독에게 심문당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복음을 읽고 듣는 것은 무엇인가 어색합니다.
그러나, 복음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로마 황제의 왕권은 세속적이고 정치인 반면, 예수님의 왕권은 하느님 나라에 있습니다. 로마 황제는 힘과 권력을 통해 폭력과 파괴로 제국을 통치하지만, 예수님은 사랑과 희생을 통해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십니다. 로마 황제의 권위는 강압과 통제로 지배하지만, 예수님의 권위는 겸손과 섬김으로 하느님을 드러내십니다. 이런 이유로 복음에서 심문당하는 예수님의 왕권은 세상에 참된 자유와 평화, 그리고 하느님과의 온전한 일치를 이루는 하느님 나라임을 강조합니다.
예수님은 “나는 오직 진리를 증언하러 났으며”고 말씀하십니다. 말씀하신 ‘진리’는 하느님의 본질적 진실과 영원한 진리 그 자체가 드러난다는 의미이며,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심은 세상 왕들의 통치와는 근본적으로 다름을 나타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왕국은 거짓과 속임수가 아닌, 하느님의 진리가 드러나는 나라입니다. 예수님의 진리는 지배와 억압의 세상에서 해방시키고 하느님의 참다운 구원과 자유를 선포합니다. 십자가로 모든 것을 내어주신 예수님은 권력을 장악하여 백성을 누르는 왕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마저 희생하여 백성을 섬긴 메시아의 모습, ‘스스로 낮추심’으로 온 세상에 높아지신 왕이신 것입니다. 이것이 왕이신 그리스도의 진리입니다
(제시된 질문을 가지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자신의 솔직한 의견과 경험 등을 나누시기 바랍니다.)